대한민국

“형님, 오늘 밤 서울로 야반도주를 합니다. 형님이 빌려준 돈은 서울에 올라가서 열심히 일해서 꼭 갚겠습니다.”
어린 이다은마리아는 잠결에 엄마를 찾아온 이웃집 아주머니의 흐느낌을 우연히 듣게 됐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빌려준 돈을 떼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엄마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런 걱정 하지 말고, 서울 가서 건강히 살아야 해. 이거 더 가지고 가.”
엄마는 어디선가 돈을 더 가져와서 야반도주한다는 이웃집 아주머니의 손에 쥐여주었다. 어린 나이, 잠결에 우연히 들은 이야기였지만 이다은마리아는 그 순간 엄마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부유한 집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는 집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거절을 잘 못 하는 성격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돈이 필요하다고 찾아오면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마련해주었다. 가진 것이 없으면 주변에서 구해서라도 빌려줬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이다은마리아의 집을 ‘은행’이라고 불렀다. 집에서 떡이라도 한번 하면 주변 사람들 나누어주느라 정작 가족들은 맛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엄마, 나 학교 갔다 올 때까지 떡 다 먹지 말고 남겨둬야 해!” 집에서 떡을 하는 날이면 어린 이다은마리아는 엄마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나서야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그런 엄마를 늘 보고 자라서 그런 것일까. 이다은마리아도 커서 엄마 같은 사람이 되었다. 주변에서 누군가 어렵다고 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고 TV에서 어려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후원을 위해 전화를 들어야 했다.

“한 달에 3~4만 원 정도 도운 것밖에 없는데 부끄럽네요.”
매달 소액을 월드비전, 유니세프 옥스팜, 초록우산 같은 단체를 통해서 동남아나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돕고 있다. 기분에 따라 한두 번 후원이나 봉사를 하는 일은 쉽다. 하지만 꾸준히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다은마리아는 이런 일을 20년 가까이 꾸준히 해왔다. 돈이 없을 때는 없는 대로 도왔고 경제적으로 힘들 때면 돕는 금액을 더 늘렸다. 어려울 때면 없는 사람들이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5명의 아이를 돕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50여 명으로 늘어났다.
세 살 때 처음 지원한 아이가 열여덟 살이 되어 지원이 끝나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추가로 5명을 더 지원하겠다고 했다. 나무가 자라듯 아이들도 자란다. 한 아이가 자라서 나간 그 자리에 또 새로운 아이가 커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밖에 맹아원, 성당, 호스피스 병동에도 일부 후원을 하고 있으며 성당에 다니면서 직접 몸으로 하는 봉사도 많이 했다. 청소도 하고 지체 장애인들 씻겨 주고 밥도 먹여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작고 여린 몸 하나로 많은 것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돈 많이 벌어서 실컷 후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애터미 사업을 하면서 그런 꿈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이다은마리아는 요즘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남편 김종완 스타마스터와 함께 복지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은 위탁 기관에서 ‘보호 종료’로 떠날 수밖에 없는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다.
“18세가 되면 고아원이나 보육원에서 나와야 하는데 사회에서 혼자 살아가기에는 너무 부족한 나이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마음 편히 몸을 누일 장소 하나라도 마련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남편의 세례명인 요한과 자신의 세례명인 마리아에서 마리를 따서 ‘요한마리’라는 멋진 이름부터 지어두었다. 사관학교 생도 시절 만난 남편은 몇 년 전 대령으로 예편한 후 아내와 함께 애터미 사업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하는 등 해외경험도 풍부해서 애터미 해외 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 꿈에 닿으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죠. 애터미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그런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박한길 회장님으로부터 공헌하는 삶, 균형잡힌 삶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그런 꿈을 더욱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이다은마리아 스타마스터와 김종완 스타마스터, 두 부부가 함께 꾸고 있는 꿈 이야기에 벌써부터 가슴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