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인 15.4%, 케모포비아 잠재군
성인 15.4%, 케모포비아 잠재군
화학물질 없는 삶은 불가능 – 정확한 정보가 치료약
가습기 살균제, 살균제 치약, 살충제 계란, 생리대 파문에 이어 라돈 침대까지 사회 전방위적으로 케모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케모포비아(Chemophobia)는 화학을 의미하는 ‘케미컬(Chemical)’과 혐오를 뜻하는 ‘포비아(Phobia)’의 합성어로, 화학물질(화학적인 방법으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에 대한 공포증을 말한다. 극단적인 경우, 케모포비아는 화학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노케미(No-Chemi)족으로까지 발전한다.
올바른 과학적 사실과 잘못된 인식 간의 괴리를 줄이고,
과학에 근거한 정확한 위해 정보를 가감 없이 대중과 소통하는 전문가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에 근거한 정확한 위해 정보를 가감 없이 대중과 소통하는 전문가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일상에서의 심리적·신체적 반응
최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환경연구소는 전국 만 19세 이상 65세 미만 1541명을 대상으로 ‘생활화학물질 위해성 국민 인식조사’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성인 중 15.4%가 일상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케모포비아 잠재군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화학물질이나 제품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인 54.3%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24.8%는 생활용품이나 음식 등에 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안 뒤, 식은땀이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신체증상을 경험했으며 40.7%는 생활 화학물질로 인한 위험이 두렵다고 응답했다. 특히 세 가지 증상을 모두 경험, 케모포비아 잠재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응답자도 15.4%(238명)나 됐다. 케모포비아는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PHMG, PGH, MCIT 등의 유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급성 호흡부전 환자들이 다수 발생하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과 함께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감을 불러 일으켰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뒤늦은 본격 수사가 진행되던 2016년, 치약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MIT가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록 유럽 기준인 15ppm에 훨씬 못미치는 0.0044ppm이라는 미미한 양이었고 관련 업체에서 신속한 회수 및 교환환불을 실시, 큰 파장은 없었으나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 밖에도 2017년, 여성환경연대 등이 생리대 11개 성분 조사 결과 발표하면서 촉발된 생리대 속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의 유해성 논란과 계란에서 피프로닐과 기준치를 초과한 비펜트린이 검출 되는 등 유해 화학물질 관련 사건은 잊을만하면 발생하곤 했다. 또한 최근에는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케모포비아와 함께 정부당국의 공식적인 인증을 거친 제품까지도 믿지 못하는 심리를 확산시켰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케모포비아는 우리 일상에서 심리적·신체적 반응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므로 향후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2017년, 여성환경연대 등이 생리대 11개 성분 조사 결과 발표하면서 촉발된 생리대 속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의 유해성 논란과 계란에서 피프로닐과 기준치를 초과한 비펜트린이 검출 되는 등 유해 화학물질 관련 사건은 잊을만하면 발생하곤 했다. 또한 최근에는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케모포비아와 함께 정부당국의 공식적인 인증을 거친 제품까지도 믿지 못하는 심리를 확산시켰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케모포비아는 우리 일상에서 심리적·신체적 반응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므로 향후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공포로 경제적 손실 가져와
케모포비아의 확산은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해 사회적 불화와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화학물질에 대한 혐오와 기피 현상으로 천연 물질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겨난다. 또한 기업과 더 나아가 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진다. 극도의 두려움과 기피 행동, 식은땀이 나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증상 등의 개인적인 피해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현대인의 삶은 화학물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천연제품만을 고르고 골라 사용한다고 해도 화학물질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학물질이 없는 생활용품을 찾지만 그런 제품을 시중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화학물질은 고유 독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물질도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되면 피해를 발생시킨다. 비타민이나 소금이나 설탕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적정한 양을 섭취하면 인체에 필수적이거나 이로운 영향을 주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되면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허용기준치를 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케모포비아의 확산을 막으려면 투명하고 공정한 안전성 연구를 통해 화학물질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한다. 케모포비아 확산의 주원인은 화학물질에 대한 비전문적이고 과장된 정보와 편견이기 때문이다. 이병훈 한국독성학회 회장은 “올바른 과학적 사실과 잘못된 인식 간의 괴리를 줄이고, 과학에 근거한 정확한 위해 정보를 가감 없이 대중과 소통하는 전문가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